2018년 10월을 시작으로 글을 쓰는 현재까지 5년 넘게 사진을 하면서, 이 카메라 저 카메라 빌려 써보기도 하고, 개인작업으로 인물 스냅도 찍고, 심심하면 틈틈이 밖에 나가서 스트릿 촬영도 했다. 그렇게 5년간 열심히 사진 생활을 하던 나는 이제 카메라를 내려놓아보려고 한다. 나를 잘 아는 사람이라면 "잘 찍다가 갑자기 왜?"라는 질문을 할 수도 있다. 오늘은 내가 카메라를 내려놓게 된 계기를 적어보려고 한다.
친구와의 스냅 촬영
feat. 폰카의 발전
지금은 다 내렸지만, 예전에 내 인물 스냅 작업물을 본 적이 있다면, 대부분 필자의 지인이다. 2024년 8월의 어느 날, 친구와 스냅 촬영 겸 놀기 위해 용산을 간 적이 있다. 이날 카메라 외에도 폰 카메라로 찍어준 사진이 제법 있었다. 사진을 보정하면서 카메라와 폰 카메라의 결과물을 비교해 봤다. 생각보다 놀라웠다. 사진을 시작한 2018년부터 지금까지 폰 카메라로 제대로 사진을 찍어본 적이 없었기에, 이렇게까지 잘 나오는 줄은 미처 모르고 있었다. 물론 절대적인 성능을 비교하자면 폰 카메라가 일반적인 카메라의 화질을 따라올 수는 없겠지만, 추억을 남기는 일상적인 용도에서는 굳이 카메라가 필요할까라는 생각을 들게 만들었다.
카메라의 부피와 무게
하루는 촬영 현장에 알바를 간 적이 있었다. 예능 촬영이었기에 큼직한 시네마 렌즈, 흔히 백통이라 불리는 망원렌즈, 그 외에도 대구경 단렌즈들이 많았고, 카메라 또한 시네캠이 많았다. 렌즈와 카메라 모두 부피가 큰 만큼, 무게 또한 많이 나가기에, 비록 지금은 a6000에 번들렌즈를 주력으로 가볍게 쓰고 있지만, 향후 더 좋은 카메라로 넘어갈 때 그 무게를 감당하기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정의 압박
촬영을 한 번 나가면, 400~500장은 기본이고, 연사를 많이 치는 날에는 1000~2000장 정도 찍는 날도 있다. 물론, 찍어온 사진이 전부 마음에 들고, 색감 또한 마음에 든다면 후보정을 하지는 않겠지만, 인물이 눈을 감은 사진, 흔들린 사진, 구도가 마음에 들지 않은 사진을 시작으로 색감이 아쉬운 느낌이 많이 들기에 매번 수백 장 이상의 사진을 하나하나 보면서 셀렉을 하고, 색보정을 하게 된다. 아무리 취미라고 하지만, 촬영의 빈도가 높아진다면 보정의 압박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그렇기에 어느새 기계적으로 보정을 하는 나 자신을 발견하였고, 이는 사진에 흥미가 떨어진 큰 계기가 되었다.
그래서 사진 생활을 완전히 접는 거냐?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건 아니다. 지금은 일시적으로 사진에 흥미를 잃은 것이지, 시간이 지나면 다시 카메라를 잡으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직업적으로 사진을 하지 않는 이상, 디지털 카메라로 돌아갈 생각은 없다. 이미 보정에 넌더리가 났을뿐더러, 25mm 수동 렌즈를 쓰면서 수동에 익숙해졌기에 필름 카메라로 가볼 생각이다. 필름값이랑 스캔 비용이 많이 들지 않느냐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어차피 인물 스냅 작업은 1년에 2~3번 정도이다. 일상적인 사진은 폰 카메라로, 개인작업은 필름 카메라로 한다면 딱히 지출이 크게 나갈 일은 아니다. 그렇기에 앞으로는 필름 작업을 해볼 생각이며, 블로그 업로드 빈도도 매우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